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SeMA 벙커 입구. 사진=양지훈 기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SeMA 벙커 입구. 사진=양지훈 기자

◆ 2005년, 여의도 벙커 발견…“대통령 경호시설 추정”

2005년 5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환승센터 건립을 위한 현지 조사 과정에서 벙커가 발견됐습니다. 발견 당시에는 자물쇠가 채워져 들어갈 수 없었고, 물이 무릎 높이까지 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장에서 내시경을 넣어보니 비로소 지하 벙커의 존재가 밝혀졌습다. 180평 규모 벙커에는 ▲VIP실 ▲수행원 대기실 ▲화장실 2개 ▲비상용 탈출구 3개 등이 있었습니다.

여의도 벙커의 존재 이유는 확실하지 않으나, 정황상 군사 정권 시절 유사시 대통령의 대피를 위한 공간이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2005년 ‘시사저널’은 “여의도 벙커는 1975~1976년 청와대 경호실이 주도해 만들었다”고 설명하는 1970년대 청와대 경호실 근무자의 발언과 함께 벙커가 1970년대 청와대 경호실이 운영했던 시설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MBC ‘선을 넘는 녀석들’에서도 벙커가 1970년대에 만들어졌다고 추정했습니다. 특히 1970년대 5.16 광장(현 여의도 공원)에서 국군의 날 행사가 열릴 때 당시 사열대와 벙커의 위치가 일치한다는 점은 벙커가 1970년대에 만들어졌다는 의견에 힘을 실어줍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있던 사열대 하부가 현재 벙커의 위치가 동일합니다.

전시 기간 외에는 벙커에 입장할 수 없다. 사진=양지훈 기자
전시 기간 외에는 벙커에 입장할 수 없다. 사진=양지훈 기자

◆ 2017년부터 대중에게 공개

서울시는 2017년 여의도 벙커를 시민에게 전면 개방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정식 명칭은 ‘SeMA 벙커’이며, 서울시립미술관(SEOUL MUSEUM OF ART)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벙커는 2013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됐으며, 2016년부터 설계와 리모델링 공사에 돌입해 2017년 서울시립미술관이 운영하는 SeMA 벙커가 개관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홈페이지 소개 글을 통해 “SeMA 벙커는 서울시의 오래된 미래 유산”이라며 “1970년대 군사 정권 시절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벙커는 2005년 여의도 환승센터 건립을 위한 현지 조사 중에 발견됐고, 이후 미술 공간으로 탈바꿈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SeMA 벙커 전시실.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유튜브 영상 갈무리
SeMA 벙커 전시실.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유튜브 영상 갈무리

현재 SeMA 벙커는 ‘전시실’과 ‘역사 갤러리’로 구분됩니다. 전시실은 사진, 영상, 설치 등 현대미술품 전시와 각종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한 공간입니다.

역사 갤러리는 SeMA 벙커의 정체성을 보존하고 재해석하는 공간입니다. 벙커 역사를 되짚어볼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전시하고, 벙커에서 이뤄지는 기획전과 SeMA 벙커 아카이브 프로젝트 등을 선보이는 공간으로도 활용됩니다.

올해 2월 1일부터 오는 6월 21일까지는 임시 휴업 기간이므로 출입할 수 없습니다. 휴업 기간이 지나면 미술품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한 벙커를 다시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여의도 신한투자증권타워 앞에 벙커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습니다. 관람료는 무료입니다.

SeMA 벙커 역사 갤러리.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유튜브 영상 갈무리
SeMA 벙커 역사 갤러리.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유튜브 영상 갈무리

파이낸셜투데이 양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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